머리좋던 사람이라도 나이 환갑넘어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해 은퇴를 선언(정년퇴직으로 물러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가 시대를 못 따라간다 생각해 용퇴한 것입니다)한 사람이, 평소 자기의 관심분야가 아니고 그를 아는 사람들도 그는 그 쪽과 연결점이 없다고 보는 현안에 대해 소위 "갑툭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재고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이야기.
블록체인 신산업을 키운 정부, 막은 정부 - ZDNET 2018.8.14
이제 싹트는 신산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당장 비전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딱딱하게 막기보다는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표방하는 정권이라면 이렇게 새로운 산업을 지방정부가 장려하려 할 때(기사 서두에선 총대를 맨 원희룡지사의 제주도를 대표격으로 말했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박원순시장의 서울시도 있습니다)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가지고 볼 것. 제주도는 일단 특별자치도라고 하니까 뭐라도 권한(우근민지사때 시작한, 땅사면 영주권주는 제도처럼)을 더 가진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결과
저때, 정재승교수가 가상화폐 투기와 블록체인을 같이 봐선 안 된다고 했는데, 유시민씨는 가상화폐 전체와 블록체인까지 마치 (자기가 현역 장관때 학을 뗀) 바다이야기인 양 뿌릴 뽑아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버렸죠. 유시민씨의 사고수준은 아직 25년 전 <부자의 경제학, 빈자의 경제학>을 집필하던 시절, 반 세기 전에 배운 경제지식과 냉전기에 배운 편향된 역사지식에 기반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유시민과 그 세대는, 낡았습니다."
(유씨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탈냉전기에 해금된 자료, 80~90년대 이후의 추가 연구가 반영되지 않아 영 엉터리가 많고, 유씨가 유학가 있던 시절 유럽 유행이 반영된 게 있습니다. 그딴 책들은 진지하게 읽기에는 완전히 시간낭비 불쏘시개니 읽지 마시고, 관심있으면 차례만 베낀 다음에 각각의 주제에 대해 요즘 나온 교양서를 찾아보세요. 그 책 두 권 다 초판을 교보문고에서 사서 떨어질 때까지 읽은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당시 이미 정부와 업계가 연구한 지 몇 년 됐지만 일부 매체의 "기레기"들은 일부 정부 DB만 검색해보곤 정부 연구가 없다고 헛소리했고, 이미 외국에서는 상업화한 사례들이 퉁퉁 튀어나오는 시점이었는데도 유씨는 전혀 공부하지않고는 TV에 나와서 싸우며 그런 무식한 소릴 떠들었던 것입니다. 그 대담이 있고 반 년이 지나가는 지금, 블록체인은 금융, 물류, 농업, IT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잡담.
암울했던 김대중정부 시절이 생각나요. 물론, 김대중정부는 전임 김영삼정부가 망쳐 놓은 것을 살리려고 애쓴 정부였죠. 하지만 그때가 살기 힘들었던 건 사실이었어요(어르신들이 1950~60년대가 살기 힘들었다고 할 때와 같은 뜻으로. 2002년 월드컵도 있고 집권 후기에는 좋아지지 않았냐고요? 박정희도 이승만도 집권 전기보다는 후기가 살기 좋아졌습니다).
대한민국에 노숙자란 말이 널리 퍼진 시절이 바로 김대중정부때였죠. 그가 백지계약서에 사인하고 IMF의 가혹한 재정정책을 따라가면서 은행금리가 수십 %로 치솟고 사채이자율 상한이 폐지되었고, 해고와 빚잔치가 전국을 횡행했고, 그 결과 쏟아져나온 노숙자들이 전국 각지의 기차역과 전철역, 지하보도를 점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이 없었다"며 두둔했고 저도 그 말을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1998년 당시에도 말레이시아 등 일부 동남아국가처럼 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있었고, 결국 그것이 가야 했던 방향으로 드러났습니다. 깡드쉬에게 개목줄이 매여 있던 김대중과, 김대중과 마찬가지로 백지계약서에 사인해줬다는 말이 있던 당시 여타 대선 후보들과 그들에게 IMF에 순종하란 조언을 주었을 브레인과 관료들.. 어휴. 그 십년 뒤 그리스 위기때 IMF는 한국의 배를 확 갈라버리며 숙련된 기술 - 한국이 IMF졸업할 때쯤 보고서를 내면서 반성이니 자화자찬이니 한 적 있습니다 - 로 보다 나은 외과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되어 있었고, 의사와 환자가 모두 유럽이라 유착되어서 그리스는 무척 온건한 처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몇 년 지방에 내려가 있었는데, 몇 달에 한 번 서울역에 내리면 정말 대단했어요.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을 확 느끼게 해주었죠. 새벽 첫차로 서울역에 내리면 역 구내부터 지하보도까지 통로 양옆에 쌀포대쌓인 것처럼 누워 있던 노숙자와 그 냄새, 서울역 건물을 나오면 "오빠 샤워하고 가"하면서 잡아끄는 응응한 가게 아주머니들, 버스정거장까지 가는 길 양옆에 누워 있거나 깡통불을 쬐고 있는 게 다 노숙자, 그리고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종로를 지나면 새벽 어스름에 바퀴벌레처럼 지하에서 기어올라오던 올나이트하고 지친 젊은 군상들.. 어르신들이 6.25때 서울이나 부산 거리를 회상할 때 갖던 것과 바슷한 감정이 이런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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