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란, 현금결제와 신용카드결제를 모두 받는 가맹점에서는 신용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카드결제를 거절해 탈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된 제도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예 카드가맹점이 아니면 당연히 현금만 받아도 상관없고, 카드결제도 가맹한 카드만 받아도 그만입니다. 가망한 신용카드 브랜드면서 1000원 이상 결제일 때 결제 거부하면 불법이라는 제도죠.
2.
그런데 정부가 소상공인 페이, 보도되는 안 중 하나인 QR코드결제 직불(계좌이체식 또는 포인트 충전식) 방식인 제로페이를 도입할 때,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가 편합니다. 일단 체크카드대비 신용카드의 장점과 마찬가지니까요. 가맹점 관점에서는 매출이 통장으로 즉시 들어오고(지금도 이삼일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 수수료가 덜 나갈 지 몰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수수료 0%짜리 간편결제제도를 연말까지 만들면서, 정부주도의 간편결제에 소득공제를 신설하겠다 했습니다(소득공제항목을 세액공제항목으로 넘기고,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선진국 중에서도 아주 높은 만큼 신용카드 공제를 줄여 가는 추세를 완전히 역행하는 것). 그 외, 기존 공공부문의 버스카드 등 돈흐름을 그리로 물을 돌려 흐르게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온 게 바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입니다.
3.
만약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아마 신고연매출 얼마 미만만 폐지가능하도록 하겠죠), 그 대상이 되는 가맹점들은 카드결제가능 금액을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거나 개별 매장이 정하는 식이 될 겁니다. 국세청 눈치를 봐가며 최대한도를 설정하겠죠. 그리고 우린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건 귀찮으니 정부가 미는 간편결제에 돈을 충전하는 게 될 테고요. 한국은행인가? 정부 어디서 몇 년 전부터 결제회사들과 제휴해 시험하던 잔돈 충전 기능도 여기에 추가할 수 있겠군요.
이러면, 현찰없는 사회로 가는 변화는 가속될 겁니다. 현금대신 제로페이카드 하나를 가지고 다닌다는 식. 속으로는 소비생활이 좀 달라져야 할 겁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신용카드결제는 어쨌든 다음 달에 정산하지만, 이건 직불카드니까요.
4.
관련 기사 하나입니다.
카드 의무수납제 없어지면, 가맹점·소비자·카드사 손익계산서는?
서울신문 2018.7.28
기사을 읽기 전에 생각한 목적은, 제로페이 등 결제수수료 0%를 모토로 하는 간편결제를 만들겠다 했으니 거기에 힘을 실어주인가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신문 기사를 보면 아직은 그런 먼 미래를 내다본 것은 아닙니다. 소액결제가 많은 소상공인 가맹점이 대형가맹점에 비해 비싼 결제수수료 %를 부담하는 지금, 의무수납제를 폐지하거나 (가능하다면 소액결제는 간편결제로 넘기고) 신용카드 결제가능 기준액을 대폭(1만원 이상으로) 올리면 소상공인 가맹점이 대형가맹점만큼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도 문제없다는 논리가 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이 제도와 엮인 정부의 입김이 줄어들기 때문에(가게를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 거의 모두가 신용카드로 결제받도록 의무화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게 되므로), 카드사의 가맹점 심사가 전체적으로 카드사 수익성 강화쪽으로 변할 거란 전망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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