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2018

탱자 씻기 (삽질)

주말에 드라이브하다, 어느 시골길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잘 돼 있는 걸 보았습니다. 다 익은 탱자가 길가에 떨어져 있길래 상태가 좋은 것으로 골라 몇 개 주워왔는데요.. 그 뒷처리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귤이 싼 요즘입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없어요. 몇 개 안 되는데 씻는 것만 해도 시간들고 손목이 다 아프더군요. ㅎㅎ 그리고 탱자는 씻은 뒤가 더 힘들죠. 자르고, 씨앗빼내고(씨앗을 그냥 써도 되긴 하고, 약재로 쓸 때는 그대로 작두로 썰어 말린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만, 오렌지씨와 비슷하면 독은 없을 것 같지만, 경험상 씨를 같이 썰어 재면 더 독해지는 느낌..), 절이고, 그리고 만져본 분이라면 아실, 풋탱자든 익은 탱자든 진득한 진이 겉이든 속이든 그득하기 떄문에, 일단 탱자를 다루는 데 쓴 칼이나 도구는 씻기가 참 번거롭습니다. 특히 분쇄기나 녹즙기는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1만원어치 처리하다 20만원짜리 버립니다. (경험담입니다. ㅠ.ㅠ) 레몬이나 파란귤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번거롭습니다.



탱자는 울타리로 잘 심기 때문에, 한적한 시골 골목길이라면 상관없지만, 대도시 근교 교통량이 있는 도로 바로 가에 울타리친 탱자나무의 열매는,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자동차 매연 흡수지나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농협을 통해 유통되거나 산골 농장 등지에서 생산해 직접 판매하는 정식 유통품은 탱자가 크고 깨끗합니다. 자란 곳이 다르단 얘기죠. 혹시 약재로 쓸 일이 있으면 그런 걸 사쓰세요. 저는 이번만은 버렸다가는 뒷말이 시끄러워서 씻었습니다만.. 또, 잘 아시겠지만, 원래 남의 집 울타리 탱자나무에 달려 있는 탱자를 직접 따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한편, 토지 경계를 넘어 길에 떨어진 낙엽과 과실은 원래라면 주인이 치워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합니다)

좋은 탱자:
http://aryasu.com/137
http://sandl1.tistory.com/73

제 탱자를 씻어놓은 것 정도가 저분들 농장에는 달려 있는 자연상태네요. 그 외, 농장하는 분들이 무심하게 사진찍은 탱자사진, 수확해 모아 놓은 탱자사진이 제가 탱자를 주운 곳보다 훨씬 나아보이네요. 그만큼 저기가 청정환경이란 얘기겠지요. 그리고 열매 겉에 먼지가 묻어 있더라도 진짜 시골 과수원이니 중금속은 없을 테고요.


※ 탱자가 유자나 귤처럼 깨끗한 게 잘 안 보이는 이유.. 녹색 풋열매일 때부터 만지면 끈적한 기운이 껍질에 있거든요. 먼지가 잘 붙는. 그래서 탱자향을 맡거나 감상용이라면 모를까, 식용으로 사용하려면 잘 씻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원래 자동차가 자주 오가는 도로가에 심은 유실수의 열매, 특히 이런 과피는 먹는 게 아닙니다만. 
옛날에야 공기가 좋았으니 탱자가 먼지투성이라 해도(먼지 자체야 인류가 세상에 없었을 때부터 있었죠) 그러려니하고 전래되는 방식으로 씻어 약재로 써도 무방했을 것 같습니다만,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가 사회이슈인 요즘 세상에서, 길가의 가로수대용 유실수 열매의 특히 "껍질"은 관상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본이야기로 돌아와서,
부모님께서는 시골살 적 생각하시고는,
"탱자 겉은 원래 지저분하다"며 물에 씻어 말리자 하셨습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중금속오염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철수세미로 깎아내며 한두 개 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인터넷 검색해보고 "베이킹 파우더"라는 문명의 이기를 끄집어들었습니다. 마침 집에 있더군요. :)


처음이라 양을 가늠하지 못해 크게 두 수저 넣어서 세 시간 정도 담근 다음, 연한 수세미로 때밀듯 뽀득뽀득 밀어주니 잘 벗겨집니다.


저렇게 나오는 검은 물, 저렇게 샛노래지는 탱자.
그냥 탱자껍질물도 산화되면 저런 색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하얘진 탱자껍질을 보니 아무래도.. ㅡ.ㅜ


진한 베이킹파우더물(중탄산나트륨물 = 염류물)이라서, 그대로 말리면 하얗게 가루가 앉을 겁니다. 일단 천일염을 탄 소금물에 담갔습니다.

그런데 수세미질로 완전하게 벗겨지지는 않은 것 같은 저 검은 곰보화산의 검은 점.. 좀 찜찜하네요. 이렇게 씻었는데도 농협에서 본 게 더 깨끗할 듯(크기도 마트것이 훨씬 크고)).

후처리로 사진 밝기를 높여서 예쁘게 보이게 했습니다. 실제론 검은 점이 더 많음.


그리고 잘 씻어 맹물에 담갔고,
그 다음에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습니다. 설탕 준비. 그 다음은 평범한 절임입니다.
씨를 빼면 레몬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해 조미료나 그 외 먹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탱자 자체는 먹는 용도로는 별로라고 봅니다. 말도 못하게 질겨요.
유기산을 우려내 먹는, 탱자청이 가장 나아보입니다. 탱자술을 하는 분들도 꽤 있죠.


여담:
옛날에 탱자를 유용하게 쓴 이유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탱자 효능이라는 것이 구연산 효과와 비슷한데, 탱자에는 구연산만이 아니라 다른 유기산도 많지요. 화학공업이라는 게 없던 시절 이만한 게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귤 비슷한 종류로서 누구나 가질 수 있었던 것이 탱자입니다. 귤이 임금에게 진상되던 시절 유자도 남부지방 일부에서만 재배하던 시절, 탱자는 전국 어디에서나 심고 얻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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