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2018

성묘 여담: 음복하고 남은 음식은 집에 들고 오는가?

성묘할 때 가지고 간 음식은 집에 가지고 오지 않는다. 이렇게 아는 분 많을 겁니다. 저희 집도 기본적으로 그래요. 하지만 때때로 가져와 먹습니다.



part one. 음식장만


옛날처럼 날잡아 자식들이 산소에 모이면 성묘음식이 남아날 일은 당연히 없어요. 결혼한 자식 둘이면 입이 여덟이니 가져간 성묘음식이 남아나기는 커녕 배고프다고 초밥같은 걸 더 싸기도 했죠. 그리고 성묘음식이란 게 술, 북어포, 과일 한개씩에 신경 좀 쓴다하면 전과 떡이 약간이니 밥대신 먹을, 종류도 많지 않고. 뭐 대신 오대조부터 주주룩 내려오면 양이 쌓이긴 하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제관도 많으니.
한편 하나낳아 잘 기르는 시대엔 일가족 세 식구가 (벌초는 맡기고) 하루에 두세 군데 산소를 챙기게 되는데 이러면 배가 많이 부릅니다. :)

요즘은 가끔 치킨도 사가는데. ㅎㅎ 그리고 북어포는 먹을 게 없다고 동태전으로 바꾸었습니다. 운전해야 하기도 하지만 전가져갔는데 굳이 질긴 북어포를 술안주로 뜯는 사람도 요즘은 없습니다. 티비 드라마에 나오는 걸 보면 그런 건 이젠 철지난 클리셰같기도 하고, 달랑 소주+북어포는 슬프거나 서글픈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북어포값도 안 싸고, 씹어서 침이 줄줄 흐를 만한 맛있는 황태포는 차라리 전을 잘 해가거나 반찬가게나 장터 노점에서 금방 구워 나온 제사용 전 한 접시를 사는 게 나을 정도로 비쌉니다.

저희는 추석 얼마 뒤에 성묘가기 때문에, 추석장볼 때 성묘할 것까지 사고, 전부칠 때 손이 남으면 성묘때 가져갈 전을 한 군데에 작은 접시 하나 분량씩 따로 냉동해 둡니다(한 번 상에 올린 건 못 쓰니까요). 계란물입히기 전이나 부치기 전 상태에서, 아니면 부친 다음에 따로 나눠 얼려둡니다. 과일도 마찬가지로 따로 나눠둡니다.

원래는 몸만 가서 산소 근처 재래시장에서 제사음식부터 필요한 것을 장만해 갔는데, 한동안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시장에 들릴 수 없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방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저희집과 다른 맛을 보는 재미도 잃긴 했네요. 단지 전을 구입하는 얘기라면, 아직 성묘철이라선지, 요즘도 반찬가게나 오일장 노점들이 전부친 것을 팝니다.


밥도 드시라고. ^^; 메뉴는 일정하지 않고 매년 조금씩 달라집니다. 사과, 배, 떡, 소주, 그리고 음식은 아니지만 조화 정도가 고정준비물이네요.
김밥싸느라 애쓰지 말고 사들고가자, 전굽느라 애쓰지 말고 북어포사서 잘라가자..
먹는 사람은 그러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글쎄요.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요리용 통북어포가 아니라 찢어서 음복할 만한 북어포, 황태포는 제일 작고 볼품없고 맛없는 것도 그렇게 싸진 않습니다. 그리고 매년 북어포를 준비했을 때 보면 입에는 거의 대지도 않고 고시레하는 데 다 쓰더라는.. 그걸 사느니 같은 해물로 조미오징어포, 조미아구포가 낫죠. 전도 종류채워 저만큼 사려면 싸지는 않은데, 그렇게 세 군데 들릴 준비하면 그 간단히 하라는 성묘음식에 몇 만 원을 쓰는 셈이라, 그냥 좀 신경써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말죠. 김밥은 하는 김에 많이 싸놓고 아침도 해결하고. :) 그렇다고 북어포 하나 소주 한 병씩만 가져오면 점심을 어디서 해결해야 하는데. 뭐, 편의점 도시락이란 편리한 물건도 있기는 합니다. 결국은 성묘 겸 자주 없는 가족이동겸해서 만듭니다.

part two. 고시레


뭐 그건 그렇고, 고시레한다고 뿌리고 오기도 합니다. 공원묘지 산소에 곧잘 보이는 게 길냥이들. 산속에는 거기대로 또 짐승이 있고.
어르신말로는 산소를 파뒤집지 말라고 한다는데 요즘 이야기를 보면, 고인이 드시라고 술을 조금 치는 것 말고 음복하고 남은 술과 음식을 고시레할 때는 산소 경계의 바깥에 하는 게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흙에 냄새가 배면 짐승이 거길 파는 수가 있다고. 공원묘지면 남에게 폐끼칠 순 없으니 조금만 해야죠.


part three. 터부


한편 생각나는 것으로, 장사지내고 올 땐 음식을 들고 오지 않고, 문상다녀오면 대문이나 요즘은 현관에서 소금을 뿌리고 입고 간 옷은 세탁하는 관습도 있습니다. 귀신이 붙어들어오는 걸 막는다는 이유죠. 이건 뭐, 옛날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은 어떻게 사망하든 병원입니다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사망원인이 전염병일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옛날에도 상례가 아니고 제례라면  참석해 음복하고 남은 음식을 싸서 들고 가라고 나눠주는 관습은 있었으니 제사는 별개라고 봐야겠죠.

그럼 묘사음식을 들고 오지 않는 이유는, 고시레도 있지만,
전날 장만해 상온보관한 음식은 오전에 들고 가서 진설한 다음 오후에 들고 오는 동안 더운 한나절이 지나며 상할 가능성이 있었을 겁니다(옛날엔 아이스박스도 없었고 냉동실에 물얼려갈 수도 없었어요). 그런 상한 음식을 먹지 않으려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초하느라 노동하면 많이 먹기도 했을 테지만.

뭐.. 그렇게 보면 요즘 세상에 들고 오든 말든, 차례, 제사와 같다 보면 상관없겠습니다. 제사음식을 가져가지 않는 집들도 있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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