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시기가 지나기 시작했다"는 말은, 가장 달콤하고 식감이 좋은 시기를 지나 맛이 옅어지고 형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단내가 껍질밖으로 새어나가고 곤충이(자연이라면 네발짐승과 새도) 찾는다. 씨를 퍼뜨려야 하는 식물이 만든 자연스런 현상이다.
보통 마트들은 이 단계에 들어선 과일을 세일하기 시작한다.
특히 홍시(연시)감은 껍질이 반들반들하기 떄문에, 가장 맛있을 때와 그 시기를 지나기 시작할 때가 그렇게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눈썰미가 좋으면 알겠지만 마트의 조명과 쇼퍼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그리고 색과 투명도하고는 별로 상관없이 맛있는 감도 있다.
과일은 모양보고 사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을 깜빡했다.
그래도 이 마트는 꽤 관리를 잘 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포장된 감은, 아주 무르고 수분이 증발해 쭈글쭈글+액체가 흐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겉만 봐선 멀쩡하다. 사실 저 감도 많이 오래된 건 아니고, 사람이든 뭐든 다 그렇듯 가장 좋은 철이 지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감코너 주변에 초파리가 1-3마리 정도 앉았다 날다 하는 게 보였다.
보통 진열된 채로 가장 비싼 단계를 지난 과일은 맛은 있는 채로 외관이 조금 볼품없어진다. 한참 더 지나면 맛도 없어지기 시작하지만 그건 아예 상품성이 사라진 거니까 그 전 단계말이다.
그런데 감은 가장 비싼 단계를 지나면 외관은 그대로면서 단맛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감을 고를 떄 난점이다.
요즘은 잘 포장해두기 때문에 냄새 변화로 가늠하기 쉽지 않다. 사람이 초파리같은 후각을 가지진 않지만 그게 가장 정확한데.
감이든 다른 과일이든 겉모양의 변화나 파리말고 좀 지났는지 아는 다른 방법은, 언제부터 세일하기 시작했느냐다. 산지에서 폭락해서 가격인하하는 게 아니라면 이게 대충 맞았다. 이런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직원은 전문 청과상같이 오래 경력에서 나오는 내공으로 감잡지는 않지만, 마치 신선청과를 팔 때 쓰는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 같다.
며칠 전 구입해 먹은 저 감은, 맛있었다. 하지만 예년에 통신주문해 먹던 10kg짜리 박스감보다는 솔직이 덜 맛있었다. 뭐랄까, 가장 잘 익은 연시감은 먹으면 씨가 못 된 과육이 탱글탱글 씹히면서 단맛이 확 오는데, 저것은 감을 쪼갤 때 과육 섬유질이 갈라지는 건 좋았지만 먹어보면 달기는 한데 기대보단 덜 달면서 물같은 느낌이 살짝. 모양은 정품답게 아주 좋았지만 이 마트의 최고냐면 아닌 것 같다.
(홍시를 떫은 단계부터 가장 맛있는 시기가 지난 단계까지 먹어본 건, 산지직송으로 박스단위로 사봤기 때문이다. 그래보지 않았으면 그냥, 오늘 감은 맛이 이렇군했을 듯. 그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다. 홍시를 매년 가을 10kg짜리로 2~4박스 주문해 먹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를 정도로, 차이는 적었다.)
그래서 구매는 절반의 성공.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과일은 모양보고 사는 게 아니다. 그걸 깜빡했다.
잘 모르겠으면, 연시감(홍시감)은 투명해보이는 것(=많이 익어 껍질이 얇음)보다는 색이 불투명한 쪽(= 덜 익어 껍질이 두꺼움)이 낫고, 만약 만질 수 있다면 적당히 단단한 쪽이 낫다(하지만 터치하면 감이 상하니 보통은 그렇게 못 한다). 그리고 굳이 선홍색 빨간 감을 고르려고 애쓰지 말 것. 색은 정확하지 않다. 연화제로 익혀도 빨갛고 투명하면서 아주 맛있게 익는 감이 많지만 실패확률을 낮추려면.
* 초파리가 찾기 시작할 정도로 익으면 외관은 별로지만 더 맛있는 과일도 있다. 바나나.
* 올해 청도반시는 비싸다. 우리 집에서 사먹는 과수는 체감상 값이 한 배 반에서 두 배로 올랐다. 한창 폭락했다고 하던 이삼 년 전 언젠가 제철때를 생각하면 3~4배가 올랐다. 폭락했을 때를 기준하면 그건 도둑놈이지만, 그런 소리가 없을 때의 예년 값에서 두 배가 된 느낌은... 물가가 올라서일까. 인건비가 올라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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