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상이 전임 대통령일 때는 별로 비난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대통령 합성사진생각을 하고, 또 자가검열까지 한 적이 있다.
언제냐 하면 4대강사업때..
지금 구치소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국의 악덕자본가 캐릭터를 합성했고 그것을 공개한 적 있다. 그랬다가 얼마 안 가서, 너무 찜찜해서 스스로 내렸다. 왜냐 하면 그 때 언저리가, 유인촌 전 문광부장관이 네티즌을 고소한 사건으로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 "정말 뒷머리가 가려웠다."
내 생각은, 한겨레신문 만평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악랄하게 캐리커쳐한 것 정도는,
조선일보 만평이 노무현과 문재인을 악랄하게 캐리커쳐한 것 정도는,
넘어가도 된다는 것이다.
2012년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지 못해, 그걸로 내기걸던 것을 핑계로 굽시니스트가 시사인(엄연한 시사잡지다) 만화 연재를 계속했을 때 그린 정도의 악의(^^)는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본다. 성전환에 속옷에 변태코드에 벌레에 강아지에 고인드립에 전쟁범죄자와 흉악범 변기 배설물 등 온갖 것이 다 합성돼 있었고, 나도 다른 사람들도 참 즐겁게 웃으며 즐기지 않았던가?
(당시 굽시니스트의 시사인 게재 만화 중에는 변기 위에 앉은 박근혜 그림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우리는 즐겁게 웃었다. 자, 지금 누가 변기 위에 앉아 변비로 끙끙대는 문재인을 그리면? 린치와 무고가 빗발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순실이 엉덩이까고 싼 똥으로 박근혜를 그려 예술품이라고 공공장소에 게시한 사람과 그것을 지지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 사건은 논란은 되었지만 결국 아무도 유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 '노무현이 엉덩이까고 싼 똥으로 문재인을 묘사'한다면? 만약 국민청원이니 고소니 행정처리니 해서 박근혜때 그랬듯이 공연주체가 철거하거나 작가가 자진철회한다면, 여전히 이 나라는 아직 정상이 아니란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는 안 되지 않은가.)
박순찬(경향신문 "장도리" 만화가), "나는 99%다" 표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몇 권 연작인데 표지가 다 이런 식이다.
이 구도에서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고쳐서 당장 출판해도 막아서는 안 된다(얼굴만 바꿔치면 저작권 침해지만, 원판인 이집트 벽화를 독자적으로 해석하거나 변형하면 상관없는 일이다. 이집트 벽화든, 그리스로마 조형이든, 인도 카줄라호든, 마야-잉카 부조든, 올멕 조형물이든, 아프리카 전통 조형물이든, 아니면 중세나 근세 서양 미술품이든 고르는 것은 작가 마음이니 재능이 있다면 굳이 베낄 필요는 없다).
굽시니스트의 만화나 홍성담화백(위에 링크한 "똥의 탄생"을 그린 작가. "박근혜 출산설" 등 다른 그림도 많다)의 판화/그림이나 박순찬화백, 박재동화백의 4컷만화와 만평이 좋거나 싫거나 관계없이 그것의 사적인 공연이나 배포가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반대의 정치적 내용을 담은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정치하는 게 괜히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린 대학교 총학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니다)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모를까,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희화화는 충분히 가능해야 민주사회다. 그게 아니라면 이명박근혜를 끝장낸 의의가 없다. 우리가 또 다른 "권위주의" 집권자를 세웠나? 아니면 지지자들이 그를 "권위주의 집권자"로 만들려 하는가.
그리고 대충 삐~사진을 합성하는 유치한 짓보다는,
인정사정없더라도 적당히 위트있게 합성하고 놀리고, 또 웃고 즐기고 넘기는 문화가 아쉽다.
(의인화한 국가나, 총리나 거물 정치가에게 다른 성별로 분장시키거나 동물을 등장시켜 조롱하는 만평 정도는, 19세기 유럽 신문에도 나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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