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2018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그 꼴인 이유에 대한 잡담

clien.net에 어설픈 썰이 홈화면 공감 top이 돼 있길래 달아둔다.
그 글에서는 나름대로 기사를 읽고 소화한 내용을 적은 모양이지만, 복지정책때문이란 지적을 근거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은 틀렸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데서 비슷한 글을 또 봤다. 부정경선때 경기동부연합이나 대선때 드루킹같은 놈들이 또 설치는 모양인데..)
(clien.net에는 08년의 다음아고라 미네르바같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쓰잘데없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이란 게 원래 그 정도지만.)



차베스는 유가가 폭락하기 전에 죽었고,
마두로는 차베스의 정책을 이어받았다.


1.
유가가 비극의 원인이라는 점은 맞다.
높은 유가는 정책을 개판쳐도 악영향이 드러나지 않게 했고
떨어진 유가는 체질이 망가진 나라가 대책이 없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복지정책.. 정확히 말해 분배 정책을 차베스-마두로가 잘못 짠 것이,
베네수엘라 '얼라들'이 그 유가의 트랩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큰 원인이다.

차베스가 미국과 서방권과 척을 진 큰 이유가 뭔가?
외국자본을 내쫒고 석유생산시설을 국유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정부는 그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비어가는 유전을 대신할 새 유전을 발굴하고 국민의 욕구를 채워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도록 하는 데는, 원유수출하는 것말고도 정제공장을 지어 부가가치를 올린 생산품을 수출하고 자국 수요를 충당하는 데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시설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극대화해 정부가 퍼다 쓰기에 바빴고 집권자의 낙하산 인사를 박아넣어 재투자를 통한 지속성있는 경영을 방해했다. 그 결과 생산시설의 노후화가 계속되었고, 생산비는 올라가고 생산량은 줄었다. 그런 세월이 흐른 뒤, 결국 베네수엘라는 자기 나라가 쓸 기름을 수입하는 처지에 이른다.

그것이 환수라고 불리든 강탈이라 불리든 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확보한 것까지는 그들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다음,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게 살며 "황금알"을 낳아줄 수 있도록 밥주고 보살펴야 하는데 그걸 간과한 것이다. 이것은 "황금알"값이 떨어졌다고 세상을 탓하기 이전의 관리 문제다. 차베스 대령은 경제와 경영에 무지한 모리배에 불과했지만 경제와 경영을 좌지우지하다 나라를 망치고 죽은 것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헛소리하는 자칭 진보 논객들은,
베네수엘라가 마치 미국때문에 석유값이 떨어져 고생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바보들 소린 잊어버려라.
국가재정이 튼튼하던 호경기때 국산 원유를 사용해 국내 수요를 충당할 정유공장조차 제대로 짓고 관리하지 않은 무능한 정부가 누구를 탓하는데?
베네수엘라는 지금 내다 팔 석유 생산량 자체가 줄었다.

그 결과, 한때 자주네 반식민이네 하며 서방권 회사의 지분을 환수했지만,
그 나라는 이제 와서는, 생활필수품을 수입하고 석유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다시 중국에게 국가의 이권을 팔아가며 차관을 받는 처지다.
중국은 먼 미래를 보아 가며 베네수엘라에 제공하는 차관누적액을 착실하게 늘려가고 있다.

마치,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돈빌려 중국회사에게 일감줘 건설하던 항만의 사용권을 빚변제대신 중국 정부에게 강탈당한 사례가 생각날 정도다. 이거 보고 생각나는 것 없나? 구한말 국채보상운동말이다.


2.
그리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세금과 달리 베네수엘라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그 석유회사 수입을 집권자 자유로이 사용했는데, 그게 "퍼주기"였다. 마치 금융위기 전 그리스가 그랬듯이 베네수엘라 집권자도 자기 지지자를 늘리는 데 사용한 것이다.

그랬으니 경제는 극히 비효율적으로 굴러갔다. 흥청 망청.
언제까지나 정부가 보조금을 줄 것같이, 언제까지나 수입품으로 살 수 있을 것처럼, 언제까지나 석유가 돈을 벌어줄 것처럼. 생산시설에 투자도 안 하면서. 경제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복지정책에 돈쓰는 것도, 효과를 보는데 오래 걸리는 체계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단기간 선전하기 좋은 수단, 더 화려하지만 국가 체질을 바꾸는 데는 덜 효과적인 수단을 택했다.

형식적인 값에 공급한 정부의 밀가루를 모아 이웃나라에 밀수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나중에 베네수엘라 화폐가치가 급락하고 유통이 엉망이 되자, 그 사람들은 밀가루를 사주던 이웃나라에 가정부로 일하러, 날품을 팔러 밀입국했다.


이것은 비유하면,
피가 부족한 환자에게 수혈만 계속했지
왜 피가 부족한 지는 고찰하지 않은 의사와 똑같았다.

만약 환자가 우연히 팔다리에 상처가 나서 피가 부족했고,
의사도 모르는 새 지혈이 되었다면 저 돌팔이 의사의 처방은 어쨌든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환자가 몸안의 큰 혈관이나 장기에 내출혈이 생겨 피가 부족한데,
의사가 수혈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다 수혈해 줄 피가 부족해지거나 몸안에서 출혈된 피가 고이면 어떻게 될까.


"소득이 부족하면 정부가 얹어 주면 된다"는 생각은, 가장 직관적인 해법이다. 경제학을 한 자도 몰라도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으면 왜 전세계 경제학자와 전세계 정부들은 그 고생을 할까. 왜 둘러가는 길같은 걸 고심하고 애쓸까.
베네수엘라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생각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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