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 농사짓는 사람만큼 염치없고 교활한 도둑이 없다"

텃밭과 그 비슷한 것을 오랫동안 하면서 겪은 경험이며 개인적인 편견입니다.
도시민의 상식밖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게 아마,
직업으로 농사짓는 사람의 욕심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보아 세상 다른 많은 일이 그렇지만,

뭔가 해야겠다, 미심쩍다싶을 땐 바로 하세요.
안그럼 아니나다를까, 바로 뒤통수맞습니다.
당신 땅에 놔둔 자재도 땅에 섞어놓기 전에는 당신 물건이 아닐수 있고,
당신 땅도 여기 주인있습니다하고 문전옥답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경계를 침범하거나 훼손되거나 작물을 도둑질당하기 십상입니다. 당신이 '우리 마을 사람'이 되기 전에는.
세상에는 기상천외한 사람들이 많고, 시골도 그런 의미에서는 사람사는 동네입니다.

'시골사람 순박하다'는 말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와 같은 말입니다.
시골에는 법도 없고 시골사람은 법없이 살 사람들이 아니라 법도 모르는 막무가내입니다. 갑질의 끝판왕을 꼽으라면 시골마을 공동체가 들어갈 겁니다. '우리'와 '너희'가 철저하게 구별되어 말려죽입니다. 도시에서는 무관심이만 시골에선 적대적입니다.

"서울에선 눈감으면 코베어간다" 고 하죠?
"시골에선 눈감으면 땅과 마누라가 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법이 있습니다. 시골에는 법도 없습니다. 긴장을 놓지 마세요.
"시골에는 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무법천지"를 달리 표현한 말일 뿐입니니다.
"작은 사회," 신참자에게는 가혹한 전근대사회 집단입니다.

서울사람은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지만, 농담으로, 시골에선 손에 든 게 다 흉기고 독약입니다. 만만하게 보이면 산채로 잡아먹히고 은폐됩니다. "식인종"은 뉴기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시골사람은 매우 교활합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외딴섬을 다루고 있지만, 육지 농촌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이 국가에 뭘 요구하거나 시위하거나 읍소한다는 기사를 보고
저는 절대 바로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 깔려 있을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죠.

이렇게 냉정하게 보게 된 데는, 몇 번 뒤통수를 맞은 것과 함께, 때때로 보이는 "결사반대" 현수막, 몇 번 내막을 들은 뒤로는 "이 투기꾼들, 그래 그럼 결사해봐라(= 죽어봐라)"하고 코웃음치게 된 것도 있습니다.

당신과 이해관계가 겹치지 않는 관광객이나 봉사활동간 청년이라면 친절할 겁니다.
당신이 농사를 짓거나 거주하는 순간, <동물의 왕국>에 새로 들어간 "배제해야 할 업계 경쟁자"로 취급받습니다. 절대 만만하게 보이지 말아야 하며, 신속하게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비참한 결과만 남습니다. 법도 안 통하는 시골에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 떼로 덤비는 데는 답이 없습니다.

혹시 권력을 등에 업고 적당히 과시할 수 있다면 매우 좋습니다.

한국의 도시민이 빽없고 연고없이 한국의 시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일본,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의 시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언어소통문제를 제외하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