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잠만 자는 방에, 쌀을 퍼서 한 봉지 담아 가져다 놓았습니다.
화랑곡나방 유충이 비닐을 갉아먹는 건 알아서, 락앤락처럼 생긴 플라스틱 통안에 쌀봉지째 담았습니다. 봉지 숨구멍도 다 막았죠.
나름 궁리한다고 했지만 허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쌀봉지를 살균하거나 적어도 70% 알콜로 닦아 말리지 않은 것.
둘째, 락앤락통도 똑같이 처리하지 않은 것.
셋째, 쌀 속에 알이 잠복해있었을 가능성.
한 두 달은 낌새를 못 챘는데, 석 달 째 통 안에 나방 성충이 출현한 것을 발견.. ㄷㄷㄷ
쌀을 쏟아 보니 아니나다를까.. 번데기 몇 개. 애벌레 십여 마리, 그리고 성충 몇 마리... 다음 달에 봤으면 못 먹을 뻔 했네요.
집에 가지고 가서 물에 씻어 말린 다음 분쇄기에 갈아 떡해먹어야겠네요. 씻은 쌀을 그냥 빻는 건 방앗간에서나.. 쌀을 씻으면 일단 벌레는 뜨거든요. 그냥 체쳐서 똥과 작은 놈들 털어낸 다음 눈으로 보고 골라내도 되긴 합니다만.. 그럴까?
PS
모든 구멍을 다 막았는데 두꺼운 곡물봉지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제가 모르는 숨구멍이 열려 있었거나 유충이 그 두꺼운 비닐을갉아먹고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장한다고 쓴 박스테이프 조각 끈끈한 부분에 유충 두 마리가 붙잡혀 있었고 똥도 보였습니다. 운좋은 놈은 봉지밖으로 나와서 우화했고 그렇게 운좋지 못한 놈은 봉지 안에서 생활사를 마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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